“위로가 필요할 때, 사랑이 그리울 때, 고요함이 그리운 밤에 — 한 줄의 시가 다가옵니다.”
✍️ 작가 정보
이 책의 저자 나민애 교수는 한국 현대시를 ‘일상의 숨결’로 품어내는 ‘시 큐레이터’다. 그녀는 지난 10여 년간 정기적으로 시를 선별하고 소개해 왔으며, 대학 강의를 통해 독자들에게 문해력과 감수성의 중요성을 일깨워 왔다. 이번 책은 그녀가 직접 고른 77편의 시에 ‘필사 노트’라는 형식을 덧붙여, 독자가 손끝으로 시를 ‘새기며’ 곱씹을 수 있도록 구성된 결과물이다. “흩어졌던 마음이 제자리를 찾았다”는 저자의 말처럼, 시와 글의 경계에 있던 감성을 우리 일상 속으로 끌어오는 데 주력한 작품이다.

핵심 줄거리 및 서평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는 시집이자 ‘필사 노트’다. 책은 총 77편의 시를 담고 있는데, 시인들은 한국 현대시의 대표자부터 신예 시인까지 다양하다. 각각의 시는 저마다의 온도와 결을 지녔고, 독자는 그 시 한 줄 혹은 한 구절을 손글씨로 베껴 쓰면서 그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나간다.
이 책의 구성은 단순한 시 낭독집이 아니다. 다섯 개의 섹션 — “처음 맛보는 시”, “작은 위로가 필요한 날”, “사랑을 곁에 두었다”, “가을이나 바람처럼 쓸쓸한 것들”, “나에게 말을 건네는 시” — 로 나뉘어 있어, 독자는 자신의 감정 상태나 필요에 따라 시를 선택할 수 있다. 어떤 날은 위로가, 어떤 날은 그리움이, 또 다른 날은 위안이 필요한 순간마다 책에서 적절한 시를 꺼낼 수 있는 것이다.
나민애 교수는 각 시 뒤에 짧은 해설과, 그 시가 자신에게 남긴 감정 혹은 생각을 덧붙인다. 이는 단순히 시를 ‘읽는 것’을 넘어, ‘내 마음에 새기는 것’으로 경험을 전환한다. 독자는 필사를 통해 언어의 울림을 자신의 리듬으로 바꾸고, 그 한 줄을 통해 오래 묵은 감정이나 기억을 소환할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이렇게 제안한다: “시가 낯설고 어렵다고 느껴졌다면, 손으로 써보라. 그리고 그 시가 당신 안에 머물게 해보라.” 그렇게 시가 당신의 삶 속으로 스며들 때, 마음은 조용히 채워지고, 흔들림은 조금은 잔잔해진다.

책 속으로
만약 시인이 화가라면, 시가 그림이라면, 나는 이 그림을 꼭 갖고 싶다. 돈을 모으고 낯선 화랑에 가서 “이 그림을 살게요”라고 말하고 싶다. 방에 걸어 두고 내 마음에 걸어 둔 듯 바라보고 싶다. 시인이 그려놓은 밤 산책을 나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_ 「밤 산책」 중에서 (p.26)
그 짧은 사이에도 우리는 한 편의 시를 좋아할 수 있고, 한 명의 시인을 좋아할 수도 있다. 또는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던 과거를 떠올릴 수도 있다. 잃어가는 좋아함을 회복한다는 것은 대단히 소중한 일이다.
_ 「서시」 중에서 (p.40)
외로움은 고약하지만, 치료해야 할 병은 아니다. 너도 나도 외롭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차라리 홀가분하다. 우리 모두 함께 외로운 것이라면 따로, 또 같이 외로워도 조금은 덜 외롭다.
_ 「정말 그럴 때가」 중에서 (p.89)
하여 사랑한다는 단어 하나 없이 뜨겁기만 한 이 시를 놓고 생각한다. 이 생에서 나는 누군가의 모국어인 적이 있었던가. 과연 누군가를 모국어로 받든 적이 있었던가.
_ 「문자」 중에서 (p.155)
다시 만날 수 없대도 사랑은 쉽게 끝나지질 않는다. 사랑하면서 걸었던 길을 왔던 만큼 되짚어 가야만 사랑은 비로소 끝이 날 수 있다. 그러니까 외롭게 돌아가는 마음의 복귀까지도 ‘사랑’이다.
_ 「사랑」 중에서 (p.183)
위로가 무력할 때에는 내가 아는 가장 아픈 시를 읽는다. 해설할 수도 없이 가장 아픈 마음을 함께 읽는다. 허난설헌의 자식 잃은 슬픔은 사백 년이 지나도 잦아들지 않았다. 시인의 슬픔은 시 밖으로 철철 넘쳐흐른다. 오늘의 슬픔이 그 슬픔과 다를 리 없고 다를 수 없다.
_ 「딛고」 중에서 (p.243)
상처는 순간이지만 아픔은 오래간다. 사건은 순간이지만 잔상은 오래간다. 우리는 잊은 듯 기억하고, 기억하는 듯 잊어간다. 그 미묘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감할 때 김소연의 시를 읽는다.
_ 「그렇습니다」 중에서 (p.274)
생의 가장 비참한 순간은 가장 괴로운 순간이고, 가장 살고 싶은 순간이다. 그때에는 할 수 없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죽을 힘을 다해서 몸부림칠 수밖에 없다. 시인은 물고기가 펄떡거리는 그 새벽을 활기찬 시장이라거나 용솟음치는 생명력이라고 표현하지 못한다. 바닥을 치는 온몸의 두드림에서 자기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_ 「육탁」 중에서 (p.301)
우리는 자주 주저하고, 불안하고, 겁을 먹는다. 우리가 특히 모자라서가 아니다. 삶이니까 불안하고, 사람이니까 겁이 난다. 시인은 디딤돌 위에서 떨고 있는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괜찮아, 강물에 발을 넣어도 돼. 건널 수 있어. 이렇게 용기를 준다.
우리는 때로 용감해지고 싶다. 그래서 누군가 움츠러든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용기의 기운을 전달해주기를 내심 바란다. 이 시가 바로 그런 시다.
_ 「강물이 될 때까지」 중에서 (p.355)
‘파랑새’의 행복은 집 안에 있었지만, 조지훈의 행복은 집 안에도 있지 않았다. 집보다 더 가까운 곳, 더 깊숙한 곳, 바로 마음 안에 행복이 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게다가 행복은 거기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일체유심조’라, 한 점 형태도 없는 마음 자락이 오늘을 천국으로 만들기도 하고 지옥으로 망치기도 한다.
_ 「행복론」 중에서 (p.367)

론평 & 비평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는 현대인의 산만하고 빠른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라”는 제안이다.
우선 가장 돋보이는 점은 접근성이다. 시는 흔히 어렵고 멀게 느껴지지만, 책은 ‘필사 노트’라는 매개를 통해 시와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직접 손으로 쓰고, 손끝으로 느끼는 글자 하나하나가 '나만의 언어'가 되고, 그렇게 시는 더 이상 낯선 문학이 아니라, 내면의 언어가 된다. 이 과정은 단순한 독서를 넘어 ‘실천적 독서’가 된다.
또한 77편의 시를 다섯 테마로 나눈 구성은 탁월하다. 위로가 필요한 날, 사랑이 그리운 날, 고독한 밤, 삶의 의미를 곱씹고 싶은 순간 등 독자는 자신의 감정에 맞춰 시를 꺼낼 수 있다. 마치 감정의 플레이리스트처럼. 이 유연함은 이 책이 왜 ‘필사 노트’라는 형식을 택했는지를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하지만 비평적 시선도 잊을 수 없다. 우선, 필사라는 행위는 때로 ‘의무’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일상을 바쁘게 살아가는 독자에게 “한 줄 베껴 쓰기”는 부담이 될 수 있으며, 필사의 결과가 남지 않거나 즉각적인 위로를 주지 못한다면 금세 책을 덮어버릴 수도 있다.
또한 시의 선정과 해설의 색채가 저자 고유의 취향에 강하게 치우쳐 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시가 가진 보편적 울림 대신, 저자가 느낀 감정을 중심에 두다 보니, 읽는 이와의 감성 격차가 생길 수 있다. ‘이 한 줄이 내 마음에 맞을까’ 하는 의문은 일부 독자에게 불편함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의 존재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가 어렵다”고 느껴온 사람, 혹은 “삶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손끝으로 건네는 조용한 위로이자 속삭임이다. “단 한 줄이라도 마음에 새겨본다면, 오늘은 그 한 줄이 당신의 하루가 된다.”
이 책이 제안하는 건 위로나 감성의 과잉이 아니라, 잃어버린 내면의 온도를 되찾는 연습이다. 세련되고 화려한 문장들이 아니라, 손끝으로 적은 한 줄 — 그 작은 행위가 당신의 마음을 지키는 울타리가 된다.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이 시대가 빠르게 달릴수록, 멈춰 서서 한 줄을 새기는 용기가 필요하다.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쓰기’로 이어지는 시의 순환 속에서, 우리는 조금 더 긴 숨을 내쉴 수 있다.
독자로서 의 한마디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문장을 지나칩니다. 어떤 말은 쉽게 잊히고, 어떤 말은 오래 마음에 남아 방향이 됩니다.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는 수십 개의 문장을 던지지만, 독자에게 요구하는 건 단 하나입니다. “오늘, 당신 마음에 머무는 단 하나의 문장을 발견하라.”
삶이 복잡하고 마음이 피로할수록,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조용한 한 줄이 더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 한 줄이 위로가 될 수도, 용기가 될 수도, 혹은 오래 잊고 있었던 나 자신을 다시 마주하게 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오늘 이 책을 통해 여러분도 마음에 새기고 싶은 ‘한 줄’을 만난다면, 그 문장은 단순한 글이 아니라 당신 삶을 지탱하는 문장이 될 것입니다.
마음속 빈자리에 책 한 줄을 앉혀 보세요. 그 한 줄이 오늘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릅니다.
한 줄은 작아 보이지만, 방향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큽니다. 중요한 건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새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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