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것은 삶이 건네는 마지막 질문이다.”
작가 소개
이 책의 저자 우에무라 도모미(植村友美) 는 일본 교토에서 활동 중인 임종심리상담사이자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입니다. 20년 넘게 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죽음을 맞는 사람들을 돌보며,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이해의 완성”이라는 철학을 기록해 왔습니다.
그녀는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자기 자신을 다시 보는 거울’로 여깁니다. 이 책은 그녀가 임종 현장에서 들은 수많은 마지막 말,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삶의 후회와 평화의 차이를 담아낸 기록입니다. 단순한 심리서가 아니라, 한 인간이 어떻게 ‘죽음을 동반자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잘 살아갈 수 있는가’를 묻는 실존적 안내서라 할 수 있습니다.

핵심 줄거리 요약
『죽음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는 저자가 임종 현장에서 마주한 환자들과 나눈 56가지 짧은 문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장은 “당신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입니까?”, “사랑한다는 말을 왜 더 일찍 하지 않았을까요?”, “당신은 지금 누구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습니까?” 같은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저자는 질문을 통해 죽음을 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살아 있음’의 의미를 되묻습니다.
책의 전반부는 “죽음의 인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죽음을 멀리하는 문화 속에서 우리는 끝을 부정하며 살아가지만, 그것이야말로 삶을 공허하게 만든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언젠가 끝날 것임’을 아는 순간, 비로소 매 순간의 선택이 진지해지고 사랑이 깊어진다고 강조합니다.
중반부는 **‘후회’와 ‘용서’**의 문제로 옮겨갑니다.
임종 직전의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이 아니라 “더 많이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남긴다고 합니다. 후회는 피할 수 없지만, 그 후회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입니다. 후회는 우리가 살아 있었다는 증거이자, 다음 선택을 위한 나침반이라는 것이죠.
후반부에서는 **‘죽음 이후의 시간’**을 다룹니다.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 전이(轉移), 관계의 형태만 바뀔 뿐 사랑과 기억은 남는다는 믿음을 전하며, 남은 자에게는 ‘살아내는 숙제’가 남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죽음을 미리 의식하는 삶이 오히려 더 충실하고 담대하다고 결론짓습니다.
결국 이 책은 “잘 죽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잘 살기 위한 연습”에 관한 철학적 수필입니다.

책 속으로
정말 죽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어렵고 힘들 때는
정말 가까운 누군가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라도 손을 내밀며 도와달라고 할 수 있는 용기도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_ 26쪽
우리가 독수리처럼 살 수 있다면
삶에서 굉장히 넓은 영역을 볼 수 있지요.
다른 시각에서 우리가 인생을 거시적으로 볼 수 있다면,
생이 단 한 번으로 완전히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는 순간이 옵니다._38쪽
우리가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고 힘든 이유는
주로 사람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주된 이유인 경우가 많지요.
예를 들어 누군가와 이별을 했다거나,
또 결혼생활이 불행하다거나,
또 회사나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받아
자존감이 완전히 무너졌다든가,
하는 인간관계에서 겪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이런 고통의 이유는 대부분 ‘사랑’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_59쪽
자신이 가진 나쁜 점을 알고 싶다면,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을 떠올려 보면 됩니다.
그 사람이 곧 나의 그림자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회사에서 만나는 후배나 상사가
계속 눈엣가시처럼 거슬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혹시 스스로 감추고 싶은
나 자신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세요.
물론 인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_65쪽
죽을 때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육신과 물질적인 것은 가져갈 수 없습니다.
딱 두 가지, 배움과 사랑만 가져갈 수 있습니다._70쪽
모든 종교와 철학의 근저에는
‘죽음 이후에도 삶의 의미와 윤리적 결과는 계속된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이 믿음이 바로 인간이 도덕과 윤리를 지키며
살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됩니다.
죽음 이후에도 책임이 이어진다고 믿을 때,
우리는 삶을 더 신중하게 대하게 되지요._87쪽
사람마다 타고난 주파수가 있는데,
파장이 맞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어울리려고 하다 보면
반드시 문제나 아픔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보다는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고
흘러가게 두는 편이 낫습니다.
억지로 친구를 만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다가오거나
흘러가며 만나는 인연을
친구로 두는 편이 낫다는 의미입니다._117쪽
싫은 사람과 자꾸 만나고 마주치면
고통은 배로 불어납니다.
반드시 한 쪽이 먼저 피해줘야 합니다.
이럴 때 꼭 큰 실수를 하는 평화의 수호자들이 있습니다.
중간에 나서서 갈등을 풀어보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지요.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보기도 힘든 상황인데
자꾸 만나서 화해하고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합니다._131쪽
장례식이란 뭘까요?
장례식은 곧 세상을 떠난 이를 기리고 추모하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지금껏 보아온 한국의 장례식은
위로와 추모보다는 형식에 치우친 모습입니다._142쪽
산에 가서 흙을 딛는 순간,
발끝부터 전해지는 부드럽고 단단한 감촉이 다릅니다.
자연과 연결된 느낌을 받습니다.
마음이 놓이고, 몸이 풀립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반드시 자연과 가까워지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_154쪽
주문 암송이란, 기도문을 외는 것을 뜻합니다.
본인이 교회를 다니거나, 성당을 다니거나, 절에 다니거나,
혹은 그렇지 않다고 해도
본인에게 발음하기 좋은 기도문을 암송하는 것은
마음 정화에 큰 도움이 됩니다._166쪽
우리의 마음은 ‘술 취한 원숭이’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늘 이처럼 부산스럽고 산만합니다.
그래서 잠시도 가만히 생각할 수 없고,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갑니다.
하지만 명상은 그런 술 취한 원숭이를
조용히 앉게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줍니다. _170쪽
“난 잘 살고 싶어”와 “난 잘 죽고 싶어”는
사실 같은 말입니다.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특히 영적으로 그렇습니다.
영적인 삶을 충실히 살지 못한 사람은
죽음을 맞이할 때 두렵고 혼란스럽지만,
영적인 삶을 닦으며 산 사람은
죽음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맞이하는 것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_206쪽

비평
『죽음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는 죽음이라는 극단을 통해 삶의 본질을 되묻는 에세이이자 성찰의 언어집이다.
저자는 죽음을 공포나 종교적 관념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금기시되어 온 주제를 부드럽게 열어, 독자가 스스로의 삶을 투명하게 바라보게 한다. 짧은 문답 형식은 일상의 언어로 죽음을 풀어내며, 이성보다 감정의 공명으로 독자를 이끈다.
장점은 그 간결한 통찰력이다. 한 문단 한 문단이 짧지만 깊고, 문답 사이의 침묵이 독자를 멈춰 세운다.
예컨대 “당신은 오늘 누구의 이름을 마음속에서 지웠습니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심리적 위로가 아니라, 윤리적 성찰로 확장된다.
이 책은 위로보다 진실을 권하는 책이다.
죽음을 외면하지 말고, 그것과 함께 살아보라고—마치 그림자처럼, 늘 곁에 있다고—조용히 속삭인다.
그러나 동시에 한계도 있다. 책의 문체가 너무 조용하고 명상적이어서, 현실적 고통 속에 있는 독자에겐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철저히 개인의 체험과 철학에 기반해 있어, 과학적 근거보다는 감성적 설득에 머무른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미덕이기도 하다. 죽음을 이론이 아닌 체온으로 이야기하는 저자의 태도는, 죽음과 멀어지고 싶지만 동시에 알고 싶은 우리 시대의 모순된 욕망을 부드럽게 포용한다.
결국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라 일부이며, 죽음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산다.”
그 문장은 어쩌면 우리 각자가 지금 이 순간 더 용기 있게 살아야 할 이유를 알려주는 마지막 대답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죽음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이 지금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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