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창 (切創)》 “베인 상처가 들려주는 말 없는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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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창》은 베인 상처(切創)라는 뜻처럼, 상처를 통해 타인의 마음과 감정을 읽는 능력을 매개로 인간 관계의 깊이와 모호함을 탐구하는 소설이다.

이 능력이 축복일까 저주일까, 이해와 오해의 경계에서 인물들은 고통과 욕망, 소통과 균열 사이를 헤맨다.

 

 

 

여성 화자(‘아가씨’)는 보육원에서 자랐고 부모의 생사는 알지 못한 채 외롭고 불안정한 삶을 이어간다. 그녀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바로 타인의 상처 부위에 손을 대면, 그 사람의 기억과 감정이 자신의 머릿속으로 흘러드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처음엔 혼란스럽고 무겁지만, 그녀는 이를 억누르거나 숨기며 살아온다. 

어느 날, 그녀는 문오언이라는 남성과 마주한다. 문오언은 조직적 사업을 가장한 범죄망을 가진 인물로, 그의 조직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그녀의 능력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려 한다. 그는 그녀에게 안락한 저택과 보호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그녀의 능력으로 정보를 얻는 도구로 삼는다. 

 

소설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은 독서 교사라는 화자의 존재다. 이 인물은 그녀(아가씨)의 곁에 머물며 가정교사 형식으로 접근하고, 두 사람과 문오언 사이의 관계를 감시하고 서술한다. 화자의 시점은 ‘읽기’와 ‘이해’라는 주제를 더욱 복합적으로 만든다. 책 읽기와 마음 읽기를 병치하며, 독자가 어떤 것을 선택하고 믿을지 질문을 던진다. 

 

 

 

 

둘 사이의 관계는 단순한 권력 구조로 설명되지 않는다.

아가씨는 문오언에게 착취당하면서도 그에게 일정한 감정적 균열을 느끼고, 문오언도 그녀에게 상처를 통해 자신의 진심을 읽어주기를 은밀히 바라지만, 동시에 그 간절함을 강요하기도 한다.

아가씨는 “당신만은 절대로 안 읽어”라며 선을 그으려 하지만, 그 결심은 쉽지 않다. 

이야기의 전개는 점점 긴장감을 더해 간다.

문오언의 범죄 행위와 폭력, 조직의 위협이 뒤섞인 가운데, 아가씨와 화자는 그 안에서 진실을 추적한다.

후반부에는 예상을 뒤엎는 반전이 등장하고, 문오언의 선택이 독자를 놀라게 한다.

소설 결말은 명확한 해답을 남기기보다는 균열과 여백,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인간 사이의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정말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남기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이 소설은 단순한 스릴러나 판타지로 분류하기 어렵다.

상처라는 메타포를 중심으로 인간의 고독과 욕망, 관계의 불확실성을 조형해낸 문학적 서사이며, ‘읽기’와 ‘오독’, ‘이해의 한계’라는 철학적 질문을 함께 품고 있다. 

 

 

“소설은 결국 해석의 균열을 남긴다 — 구병모의 《절창》, 그 틈을 걸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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