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속에 잠든 돌의 사원, 앙코르 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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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부르는 순간, 시간은 숨을 고른다. 나무의 뿌리가 벽을 껴안고, 이끼가 돌의 문장을 덮은 곳. 인간의 야망과 신에 대한 갈망이 한 겹의 돌이 되어 남아, 천천히 자연과 화해한 장소다.

 

앙코르 와트는 소리 없이 웅장하다. 외침이 아니라 침묵으로 압도한다. 새벽이 오기 전, 연못 위에 비친 사원의 실루엣은 마치 다른 세계의 문턱 같다. 물과 하늘과 돌이 하나의 선으로 맞닿을 때, 우리는 건축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고요히 접히는 순간을 목격한다.

 

캄보디아 사원 앙코르와트 전경

 

 

이 사원은 위를 향해 쌓아 올린 기도가 아니다. 오히려 안으로 깊어지는 명상에 가깝다. 회랑을 따라 이어지는 부조들은 신화와 전쟁, 탄생과 죽음을 쉼 없이 새겨 놓았다. 그러나 그 조각들은 자랑스럽지 않다. 승리의 장면조차 담담하다. 돌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무엇을 믿었고, 무엇을 두려워했는지를 정직하게 남긴다.

 

정글은 이 사원을 삼키지 않았다. 대신 보살폈다. 거대한 나무는 파괴자가 아니라 파수꾼처럼 서서, 균열 난 벽을 붙들고 있다. 인간의 손을 떠난 이후, 자연은 이곳을 폐허로 만들지 않고 기억의 저장소로 바꾸었다. 앙코르 와트가 유독 감동적인 이유는, 인간의 문명이 자연과 끝내 싸우지 않고 화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때 이곳은 세계의 중심이었다. 신과 왕권이 하나로 엮이던 제국의 심장. 그러나 제국은 사라졌고, 사원만 남았다. 남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권력은 무너져도, 질문은 남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쌓는가.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햇빛이 높이 오르면 돌은 회색에서 금빛으로 변한다.

 

 

그 변화는 극적이지 않다. 서서히, 아주 느리게. 앙코르 와트는 늘 서두르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빠름이 미덕이 아니다. 오래 머무는 것, 바라보는 것, 침묵을 견디는 것이 유일한 예절이다.

사원의 중앙 탑을 올려다보면, 하늘은 놀랍도록 가깝다. 그러나 손에 닿지 않는다. 인간의 한계를 정확히 아는 건축. 넘어서려 하지 않고, 도달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다만 그 경계에서 멈춰 서서 묻는다. 신을 향한 길은 위가 아니라, 안쪽일지도 모른다고.

앙코르 와트를 떠날 때, 우리는 기념품보다 무거운 것을 품게 된다.
시간 앞에서 겸손해지는 마음, 남겨진 것들이 말하는 침묵의 힘. 정글 속에 잠든 이 돌의 사원은 오늘도 말없이 증명한다. 가장 오래 남는 문명은,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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