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도의 섬, 거문도(巨文島) — 바람과 빛이 노래하는 남해의 시간
전라남도 여수에서 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바다 위,
세 개의 섬이 서로를 품고 있는 곳 — 거문도.
이름조차 장중하다. ‘큰 글자’라는 뜻을 지닌 거문(巨文)은
하늘이 새긴 자연의 서사이자, 세월이 쓴 인간의 기록이다.

1. 바다 위의 시 — 거문도의 풍경
거문도는 동도·서도·고도(古島) 세 섬이 잔교로 연결된 섬이다.
아침이면 짙은 안개 사이로 붉은 햇살이 바다를 적시고,
저녁엔 수평선 너머로 마지막 빛이 산마루를 감싼다.
섬 전체가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빛과 그림자가 교차한다.
섬의 동쪽에는 거문도등대가 있다.
1905년에 세워진 이 등대는 한 세기 넘게
남해를 오가는 수많은 배들의 길을 밝혀왔다.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남해의 코발트빛 바다 —
바람은 짭조름하고, 마음은 한결 투명해진다.
서도 끝의 **백도(白島)**를 향해 뻗은 해안 절벽길은
한국에서 보기 드문 해식절벽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남근바위’, ‘여인바위’, ‘상사바위’ 같은 전설의 바위들은
섬 사람들의 삶과 믿음, 그리고 바다에 대한 경외심을 담고 있다.
때로는 바람이, 때로는 파도가 그 전설을 다시 읊조린다.





2. 역사와 야담 — 바다의 기억 속으로
거문도의 역사는 단순히 ‘관광지’의 역사로 머물지 않는다.
1885년, 영국이 청·일 전쟁의 기운 속에서 이곳을 점거해
‘거문도 사건(Port Hamilton Incident)’이라 불리는
3년간의 식민 주둔 시기를 남겼다.
그때 영국군은 거문도를 군항으로 사용했지만,
결국 철수하며 섬은 다시 조용한 바다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때 남겨진 영국식 묘지와 돌담,
그리고 ‘영국인의 샘’이라 불리는 샘물은 지금도 남아 있다.
세월은 흐르고 역사는 옅어졌지만,
그 흔적들은 우리에게 한 가지를 일깨운다.
“세상에 영원한 점령은 없으며,
남는 것은 결국 사람과 자연의 평화뿐이다.”
이 섬의 역사는 침략의 상처를 품고 있지만,
그 상처를 덮은 건 파도였다.
그래서 거문도의 바다는 늘 용서와 회복의 색으로 빛난다.



3. 섬의 사람들 — 바람과 함께 사는 법
거문도 사람들은 여전히 바람을 벗삼아 살아간다.
해초를 말리고, 은빛 갈치를 낚으며,
바람 부는 날엔 파도를 보며 하루를 쉰다.
그들의 삶에는 도시의 소음 대신,
고요한 바다의 리듬이 흐른다.
여름이면 ‘거문도 해풍쑥’과 ‘은갈치 축제’가 열린다.
이때 섬은 활기로 가득 차고,
바다에서 직접 구운 갈치의 향이 골목마다 스민다.
밤에는 등대 불빛 아래서
섬 아이들이 웃으며 노래를 부른다 —
“바다야, 내 마음을 닮아라.”


4. 거문도에서 얻는 교훈 — 느림의 미학
거문도는 말한다.
“빨리 사는 사람은 바다의 색을 모른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그 느림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보는 눈’과 ‘듣는 귀’를 되찾는다.
바다의 색은 단순히 푸름이 아니다.
그 안에는 세월의 깊이,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살아 있다는 실감이 있다.
거문도는 우리에게 그 ‘깊이의 시간’을 선물한다.






5. 교통 안내
- 출발지: 전라남도 여수항 (여객선터미널)
- 운항시간: 약 2시간 30분
- 운항 노선: 여수항 ↔ 거문도 (남해고속, 금일해운 등)
- 운항 횟수: 하루 1~2회 (날씨에 따라 변동)
- 이동 경로:
- 서울 → 순천(고속버스 3시간) → 여수(기차 40분) → 거문도행 여객선
- 거문도 내 이동: 마을 간 이동은 도보 가능,
주요 관광지는 택시·전동스쿠터 대여로 접근 가능
다리가 놓인 거문도 — 이렇게도 간다
- 거문도는 원래 동도·서도·고도 세 섬으로 나뉘어 있었고, 섬 대 섬 간 이동은 배가 필수였습니다.
- 그러나 2015년 9월 18일, 거문대교 가 개통되면서 동도와 서도가 560미터 길이의 사장교로 직결되었습니다.
- 이로써 세 섬(동·서·고도)이 모두 다리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 섬 안에서의 이동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 예전과 달리, 섬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도 날씨나 배편 걱정 없이 동도와 서도 사이를 오가며 거문도의 여러 풍경과 포인트를 더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된 셈입니다.
🧭 팁: 날씨가 맑은 날 오전 배를 타면,
바다 위에서 ‘바다 안개가 걷히며 떠오르는 거문도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생각을 하면서..
거문도는 단순한 섬이 아니다.
그곳은 바다가 역사를 품고, 시간이 사람을 위로하는 공간이다.
등대에 서면 당신은 깨닫게 된다 —
이 바다의 끝에도 ‘다시 시작되는 길’이 있다는 것을.
“거문도의 파도는 말없이 가르친다.
세상은 넓지만, 진짜 아름다움은 느린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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